[우려되는 법 적용] 일본: 공모죄 시행으로 ‘철도사진’을 찍다가 테러범이 된다고?
관광여행으로 방문한 해외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다가 경찰관에 제지받아 자료 삭제를 요구받는 일이 있다.
일본에서는 별로 없지만, 개정조직범죄처벌법(改正組織犯罪処罰法), 이른바 공모죄(共謀罪)가 7월11일에 실시하면서
(제지받는) 장소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취재원으로 스페인지하철 역에서 촬영을 제지당한 작가
오가와 히로오(小川裕夫)씨가 향후 일본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알아봤다.
아름다운 항구 경치를 스케치하고 있다고 어디에선가 나타난 헌병에 스파이로 의심받아 연행되었다.
여배우 노넨 레나(能年玲奈)가 성우를 맡아 화제가 된 영화 ‘이 세상의 구석에서(この世界の片隅で)’
작품속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스즈하(すずは)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19세 여자아이다.
이 작품은 1944~1945년 히로시마현(広島県) 히로시마시(広島市)와 쿠레시(呉市)를 무대로 하며,
스즈하는 쿠레항 경치를 스케치하다 헌병에게 혼이 난다.
1889년에 쿠레에 해군부대를 설치한 이후 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였다.
스케치를 하고 있었을뿐인데 연행될뻔한 법적 근거는 1937년에 개정된 군사기밀보호법이었다.
군사기밀보호법에서는 대상으로 지정한 시설을 멎대로 측량, 촬영, 그림, 기록, 복사, 복제를 금하고 있으며
전투기와 함정 같은 무기류, 이를 생산하는 군수품 공장 등도 대상이 되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기밀보호법 대상은 늘어났다. 나중에는 고압송전선, 저수 댐 등도 대상이 되었다.
현대에는 단순한 이동수단인 철도도 당시에는 군사물자와 병력수송에 도움이 되는 무기였다.
당연히 군사기밀보호법 대상이다. 이 법안은 철저했으며, 철도차량, 역, 변전소 같은 시설을
촬영하는 행위는 당연히 금지였다. 여기에 역 이름에서 군과 관련성을 만들기위해 강제로
역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쿠레와 함께 군항으로 알려진 요코스카(横須賀)에서는 1930년에 개업한 쇼난전기철도(湘南電気鉄道,
현재의 케이힌큐코전철[京浜急行電鉄]) 요코스카군항역(横須賀軍港駅)이 1940년, 요코스카시오도메역
(横須賀汐留駅)으로 바뀌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포츠담선언 이후 폐지되었다. 이후 운행한 미군 연료운송과 자위대 수송과 같이
국가방어 상 중요하다 생각하는 열차와 철도시설을 촬영, 스케치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7월11일에 테러등 준비죄(공모죄)가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다.
이 법안을 심의한 국회에서는 법무장관 답변이 오락가락했으며, 공모혐의 논의는 하지 않은 채
뭘 하면 공모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채 법안은 표결에 부쳤다.
공모죄의 국회심의로 주목받은 것이 가네다 법무장관이 “꽃구경 자리에서 지도를 펼치는 것이나
쌍안경을 보는 건 테러 준비행위에 해당한다”라는 답변이 있었다.
가네다 발언에 따라 꽃구경이 죄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공모죄가 새행되었다고 수사기관이 곧바로 꽃구경하는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체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행위가 공모죄에 저촉된다면 체포할 지 여부는 수사기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법무성 형사국에서는 “개별 사안에 대해 답할 수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철도를 촬영하는 것이나
시각표를 펼쳐보는 게 테러행위는 아니므로 체포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한편으로 “테러등 중비죄에서는 기본적으로 현장 조사기관이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즉, 수사기관의 판단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법무부 형사국에서 철도촬영이 공모혐의를
적용하지 않는다해도 의미가 없다.
해외에서는 지금도 철도를 군사기밀로 하는 국가가 있다.
또한 철도촬영이 위법이 아닌 나라라도 주정부와 당국 판단으로 철도촬영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철도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로 AVE로 불리는 고속철도를 운행하고 있다.
AVE는 승차 전에 수하물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테러에 경계를 하지만, 차량과 역 등을 찍어도 제지받진 않는다.
또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을 찍어도 뭐라 하진 않지만, 안다루시아 지방 세빌리아(Sevilla)에서는
지하철 구내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경비원에 제지를 받는다.
즉, 지역에 따라 운용과 규제가 다르지만, 공모혐의를 위험시하는 지적이 시민들로부터도 불안하게 보는
목소리가 끊임없는 이유는 이러한 현장판단으로 멋대로 운용하고 확대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꽃구경으로 쌍안경과 지도를 가지고 있는 게 공모혐의에 해당할 수 있으니, 전철과 역을 찍거나
시각표를 펼치는 행위도 당연히 테러행위로 간주할 우려가 있다.
새로운 차량이 선보이거나 마지막운행 등에 오는 많은 철도팬에 세상의 시선은 차갑다.
철도매니아 행위를 ‘오히려 공모행위를 환영합니다’라는 극단적 의견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철도매니아가 아니어도 여행지에서 관광열차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보기 드문 열차에 타면 SNS에 사진을 올릴것이다. 이런 걸 금지한다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엉망이 된다.
‘이 세계의 구석에서’는 전쟁 중의 이야기만으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처: 7월17일, 뉴스포스트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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