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철도 트리비아] 한큐우메다역 수수께끼의 ‘상자’에 신문원고를 보낸다?
한쪽이 막힌 선로가 9개, 고베(神戸)와 교토(京都), 다카라즈카(宝塚)에서 온 전동차가 도착하는 터미널인 한큐우메다역(阪急梅田駅). 선로가 끝나는 플랫폼 끝에 ‘신문원고(新聞原稿)’라고 쓴 상자가 있다. 이 속에 전동차로 운반해 온 ‘원고’가 들어가 있을까? 상자의 정체를 찾아보니 간사이(関西) 사철만의 신문원고 ‘탁송’제도가 존재하며,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원고와 사진도 컴퓨터를 사용하여 순식간에 보낼 수 있는 시대. 손으로 쓴 원고를 작성하여 필름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시대면 모를까, 이런 상자를 쓰는 기자와 카메라맨은 없을 텐데, 누가 무엇 때문에 이용하고 있을까? 수수께끼의 상자를 쫓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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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産経新聞)이 ‘독점사용’
“저 상자는 산케이신문만 1년에 몇 차례 사용하고 있죠”
한큐전철 담당자로부터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나(산케이신문 기자)만 몰랐던 걸까?
하지만, 동료기자와 카메라맨은 ‘탁송?(タクソウ?)’, ‘한큐우메다역에 그런 상자가 있었나?’ 라며 갸우뚱한다.
역시나 아직 원고나 필름을 사용해서 전동차로 보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탁송이란 신문 원고 등을 전동차로 ‘빨리 배달’하는 제도다.
한큐전철(阪急電鉄)에 따르면, 1953년8월, 산케이신문과 계약했다고 한다.
이 외에 오사카에 있는 보도기관 약 10개사와 같은 계약을 했으나, 이용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연간 몇 차례 산케이신문의 이용실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궁금해서 사내에서 알아보니~ 교토총국(京都総局)에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시 한큐전철을 타고 교토로 향했다.
▶운전대 옆 ‘특등석’에 ^^
교토시에 있는 교토부 교육위원회(京都府教育委員会).
2월16일 12시 넘어 지역 기자가 한 방에 모여있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공립고등학교의 입시문제다.
이날은 국어, 수학, 영어시험을 실시했으며, 12시20분에 교육위원회 직원이 문제지를 들고 나타났다.
산케이신문 교토총국의 여기자는 용지를 받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입시문제는 다음날 아침신문에 내기 위해 1분1초라도 빨리 본사에 전달해야 했다.
여기자는 도로에서 택시를 잡고 시 중심부의 총국에 도착, 문제지를 총국에서 서무담당 여성에 전달했다.
12시40분, 여성은 문제지를 큰 봉투에 넣어 근처의 한큐가라스마역(阪急烏丸駅)으로 갔다.
봉투에는 ‘신문원고’, ‘한큐우메다역 도착’ 글씨를 썼다.
역 개찰구에서 ‘신문원고 탁송물 수탁표(新聞原稿託送物受託票)’라고 쓴 종이에 ‘우메다(梅田)’라고 썼으며
여성은 플랫폼 끝에서 전동차를 기다렸다.
12시52분, 우메다행 특급열차가 도착. 운전석의 출입문을 연 남성운전사에 여성은 ‘부탁합니다’라며 봉투를 건넸다.
기자인 나도 특급열차에 탔다. 봉투는 운전대 옆 ‘특등석’에 놓였다.
특급열차는 최고속도 115km/h로 달려 우메다역까지 약 40분만에 도착했다.
끝이 막힌 한큐우메다역에 도착하자 운전사는 ‘신문원고’라고 쓴 상자에 다가가 봉투를 상자에 넣었다.
‘수수께끼의 상자’를 사용하는 순간은 의외로 간단했다.
▶요금은 270엔 ‘균일’
그런데, 왜 일부러 문제지를 전동차로 옮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퀵서비스를 사용하면 교육위원회에서 신문사 본사까지 직접 보낼 수 있다.
전동차로의 탁송이 남아 있는 이유는 ‘저렴함’과 ‘확실함’이다.
한큐전철의 경우, 이용요금은 구간에 상관없이 270엔으로 같다.
전동차이므로 오토바이같이 정체로 느려지는 위험도 없다. 운행이 정확한 일본의 철도를 활용한 속달서비스다.
예전에는 사건, 사고현장에 가까운 역에서 원고와 필름을 오사카 시내의 본사까지 보내는데 편리하여
자주 사용했으나, 원고와 사진을 컴퓨터에서 직접 보내게 됨에 따라 이용빈도는 확 줄어들었다.
한큐전철 담당자는 “270엔이라는 금액이라도 더 중요시 된다”라고 말했다.
‘신문원고’ 상자에 들어간 봉투를 더 쫓아가 보았다.
▶정확한 보도를 지원하는 제도
운전사가 신문원고를 상자에 넣은 후 젊은 사람이 와서 상자 속의 봉투를 집어 들었다.
곧바로 인파를 헤치면서 밖에 있던 로드바이크를 탔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로 이동했다.
미도스지(御堂筋)를 달려 나니와구(浪速区)에 있는 산케이신문 본사까지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공립고등학교의 입시문제는 교토부 교육위원회를 출발한 지 2시간 후 발행할 본사의 정리부서에 전달되었다.
이렇게 입시문제 기사는 지면에 나온다.
지금은 통신기술 발달로 스캐너로 문서를 읽어서 PDF로 만든 후 메일로 빠르게 전달한다.
문제지도 총국의 스캐너로 읽어 본사에 보내면 되는데, 왜 문제지 원본을 옮기는 걸까?
정리부서의 베테랑기자가 입시문제 원본을 보내는 이유를 말한다.
FAX와 PDF로 보내면 아무래도 화질이 떨어진다. 특히 수학도형 문제에서는 정확함이 요구된다.
점과 인쇄가 누락되면 안되고, 영어의 마침표 하나도 중요하다.
작은 점이 하나 늘어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신문기사 또한 철도와 마찬가지로
정확함이 요구된다는 점을 다시 실감했다.
▶간사이의 사철, 전통을 중요시?
탁송제도를 도입한 철도회사는 한큐뿐만이 아니다.
난카이전철(南海電鉄)은 280엔 균일요금으로 신문원고를 보낼 수 있다.
케이한전철(京阪電鉄)과 한신전철(阪神電鉄)에서도 이용빈도는 낮지만, 제도는 남아있다.
한편, 긴키닛폰철도(近畿日本鉄道, 긴테츠)는 컴퓨터와 택배보급을 이유로 2008년5월에 폐지했다.
반면, JR서일본은 이러한 제도가 없으며, 담당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도쿄에는 오사카보다 많은 언론(미디어)이 있는데, 간토(関東) 사철에는 있을까?
토부철도(東武鉄道) 담당자는 “처음 들었다”. 세이부철도(西武鉄道) 담당자는 “탁송? 전동차로 뭘 보내나요?”,
토큐전철(東急電鉄) 담당자도 탁송제도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신주쿠(新宿)와 오다와라(小田原), 에노시마(江ノ島)를 잇는 오다큐전철(小田急電鉄)에서는
1984년까지 간사이의 택배제도에 가까운 ‘소수하물(手小荷物)’ 제도가 있었으며, 보도기관의
원고를 전동차로 옮긴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간사이 특유의 제도라 할 수 있으나, 예외는 시마네현(島根県) 지방사철인 이치바타전차(一畑電鉄)다.
소하물(小荷物) 명칭이나, 수년 전까지 지역 언론이 지국에서 본사로 원고를 보내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제도로써 현재도 남아 있으며, 수혈용 혈액과 생선을 전동차로 옮기고 있다. 요금은 10kg까지 690엔 균일이다.
이치바타전차에서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큐우메다역 플랫폼에 있던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러나, 이용실적이 거의 없는데도 간사이 사철에서 탁송제도가 남아있는 이유는 몰랐었다.
철도 저널리스트 가와시마 료조(川島令三)씨는 “간사이의 사철은 간토에 비하여 옛 차량과 제도를
아끼는 경향이 있다. 좋게 말하면 전통을 존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출처: 5월22일, 산케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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