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역사] 운행 25년, 신칸센 ‘노조미’의 탄생비화: 필자만 아는, 시승회에 나타난 ‘그 사람’

[고속철도 역사] 운행 25년, 신칸센 ‘노조미’의 탄생비화: 필자만 아는, 시승회에 나타난 ‘그 사람’

 

이 내용은 철도사진가 미나미 마사토시(南 正時)가 쓴 글입니다. ‘필자’라는 1인칭 시점이 있습니다.

 

1992년3월9일 이른 아침 도쿄역(東京駅).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 14번 플랫폼에는 기존 0계, 100계에서

완전히 바뀐 300계 신칸센차량이 공식 시승회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승회는 첫 번째 열차보다도 빠른 시각에 출발했다.

그 이유는 300계 ‘노조미(のぞみ)’ 속도가 ‘히카리(ひかり)’의 최고속도보다 50km/h 높은 최고시속 270km를 기록,

첫 출발열차를 따라잡기 때문에 그보다 앞선 05시58분에 도쿄역을 출발시킬 필요가 있었다.

 

▶노조미 시승열차에 신칸센을 탄생시킨 ‘그 사람이’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플랫폼은 초대손님, 보도진들로 북적였지만, 나는 그 혼잡속에 백발 노인의 모습을 봤다.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JR도카이 사장의 안내로 12호차 그린샤에 앉았다.

이 사람이 신칸센을 만든 남자, 옛 국철기시장(技師長) 시마 히데오(島秀雄)라는 건 보도진도 알지 못했다.

 

시승열차는 05시58분에 도쿄역을 출발, 신요코하마(新横浜)를 통과하자 최고속도 270km/h로 달렸다.

시마씨는 “시속 270km입니까……신칸센도 빨라졌네요”라고 감격했다.

 

신칸센 개발 초기, 시속 200km를 넘는 초고속을 목표로 했을 때, 점착방식(粘着方式) 철도에서는

최고속도는 시속250km가 한계라고 하고 있었다.

‘새벽의 초특급 노조미’는 해맞이를 시속 270km의 속도로 승객을 태우고 신오사카(新大阪)로 향했다.

 

 

공식 시승회를 한지 5일 후인 3월14일, 하행 첫번째 열차인 노조미301호(のぞみ301号)는 도쿄역을 출발했다.

당시 신칸센은 도쿄~오사카 사이에서 비행기와 경쟁으로 속도향상으로 소요시간 단축이 지상과제였다.

이를 위해 나고야(名古屋)와 교토(京都)를 통과하는 이른바 ‘노조미 나고야 도바시(のぞみの名古屋飛ばし)’를 했다.

이렇게 해서 도쿄~신오사카 사이를 신요코하마 외 무정차로 운행, 소요시간 2시간30분으로 이었다.

 

 

 

그러나 나고야의 경제계, 언론, 승객들의 비판이 잇따라, 1997년11월29일에는 ‘나고야 통과’ 열차는 없어졌다.

300계로 운행하는 새로운 열차의 이름은 당초 수퍼-히카리(スーパーひかり)가 유력했지만, JR도카이에서는

키보(きぼう, 희망)으로 내정했었다고 한다. 왜 ‘노조미’가 되었는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수필가로 ‘노조미’ 열차이름 결정 때에 위원을 했던 아가와 사와코(阿川佐和子)씨가 결정 당일 아침,

철도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인 작가 아가와 히로유키(阿川弘之)로부터 “지금까지 열차 이름은

일본말로 붙였다. 희망(키보)을 일본말로 하면 ‘노조미’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를 명명위원회에서

건의하면서 ‘노조미’가 채용된 걸로 알려졌다.

참고로 아가와 히로유키는 츠바메(つばめ)를 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토리테츠(撮り鉄)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신칸센

노조미로 사용한 300계 신칸센은 도카이도신칸센의 완전 모델변경 차량으로 처음으로 시속270km

운행 차량으로 개발했으나, 그 전신은 1988년의 차세대신칸센 수퍼-히카리 구상이었다.

JR돠이 내에 ‘신칸센 속도향상 프로젝트위원회’를 설치, 1990년에는 J1편성인 300계 322형식 차량이

양산선행차로 데뷔했다.

이때는 당시 철도팬 취미 대상이 되기 어려웠던 신칸센이 마침내 토리테츠(撮り鉄, 철도사진 취미)의

대상이 된 시대이기도 했다. J1편성은 철도팬과 철도사진가 사이에서는 ‘수퍼-히카리 편성’으로 불리며

독특한 대형 팬터그래프 커버를 탑재하는 등 독특한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마이너 체인지를 거쳐 300계 양산차로 ‘노조미’로 사용을 하게 되었다.

 

이 300계 양산차에 의한 노조미 운행시작 후, JR도카이를 비롯한 신칸센을 보유하는 JR 각 회사는

새로운 고속화를 목표로 차세대 신칸센용 고속시험차량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데뷔한 것이 JR도카이의 시작차량 300X,

 

 

JR동일본 시작차량 STAR21,

 

 

JR서일본의 WIN350이었다.

 

 

 

WIN350은 신칸센에서 처음으로 시속300km 운행을 산요신칸센에서 실현한 500계의 시작차였다.

300X 시험주행을 반복하여 700계의 선두차에 활용하게 되었다.

 

세 형식의 고속시험차는 이미 은퇴했으나, 선두차는 ‘신칸센의 성지’인 시가현(滋賀県) 마이바라시(米原市)

철도총연. 풍동기술센터(鉄道総研・風洞技術センター)에 보존하고 있다.

 

 

또한 300계 J1편성은 선두차가 나고야 리니어. 철도관(リニア・鉄道館)에 300X 선두차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철도에서 시속 300km 시대를 연 300계도 새롭게 고성능과 비용효율을 추구한 4세대 신칸센 차량인

700계가 등장한 1997년 이후 ‘노조미’ 운행에서 제외되어 세대교체 시기를 맞았다.

700계는 데뷔 당시, 독특한 앞모습으로 오리너구리(かものはし)라고 불리며 친숙해졌으며,

철가면으로 불린 300계와는 대조되는 스타일로 도카이도. 산요신칸센(東海道・山陽新幹線)의 간판열차가 되었다.

 

 

▶희망은 이루어진다(のぞみはかなう)

신칸센 차량은 300계 등장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2007년에는 700계를 더욱 발전시킨 N700계가 등장했다.

그리고 첫 노조미였던 300계도 마지막을 맞게 되었다. 마지막 영업운행은 2012년3월16일이었으며

차체에 ‘300 Lastrun 2012.3.16’을 쓴 300계의 마지막운행 ‘고마워 300계 노조미호(ありがとう300系のぞみ号)’가

도쿄~신오사카를 운행, 많은 철도팬이 보는 가운데 300계는 신칸센에서 사라졌다.

 

 

300계 노조미 이후도 N700계, N700A(Advanced)로 이어지는 신형 신칸센 차량으로 ‘노조미’는 계속되어

글자 그대로 일본을 대표하는 열차로 성장했다.

 

 

일본의 대동맥을 질주하는 노조미는 일본의 경제, 사람들의 생활을 받쳐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희망은 이루어진다(のぞみはかなう……)’ 라고

 

출처: 4월29일, 토요케이자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