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명암] 운행한 지 반년만에 파산한 독일의 신생 철도회사: 상하분리, 개방형 접근의 ‘덫’
2016년9월, 베를린에서 열린 철도전시행사인 이노트랜스(InnoTrans)에 참가, 12월 시각표개정부터
베를린~슈트트가르트에서 영업운행을 시작한 민간 철도사업자 로코모아(Locomore GmbH & Co. KG)가
5월11일 저녁에 샤로텐부르크(Charlottenburg) 지방재판소에 파산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으로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새로운 방법으로 참가한 회사는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능성으로 주목받았지만, 6월 여름 시각표개정을 앞두고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어이없는 종말을 맞았다.
▶5월13일 이후 운행중단
로코모아는 투자자와의 교섭이 연장되어 파산은 면했다고 밝혔지만, 5월10일에 협상은 결론없이 끝났다.
발표 다음날, 5월12일 운행에 대해 로코모아는 정상운행을 예정했지만, 상황에 대해서는 당일 확인을 하도록
예약고객에 통보했다. 결국, 슈트트가르트 출발 베를린행은 예정대로 운행했으나, 되돌림운행 열차는
운행중단이 되어 5월13일 이후 열차는 운휴하고 말았다.
로코모아는 5월12일에 편도만 운행한 열차 담당 승무원에 대해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승객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호소했다. 이것이 마지막운행이 되고 말았다.
왜 로코모아는 파산해야 했는가? 적어도 몇 달 전 뉴스에서는 좋은 승차율을 기록하며 다른 도시를
연결할 계획을 진행했었다. 차량도 승객증가를 예상, 중고차량을 더 사서 리뉴얼하고 영업에 투입했다.
그 중에는 리뉴얼을 하지 않아 낡은 차량이 있었지만, 승차율은 나쁘지 않았다.
회사도 승객 1명당 수입은 운행시작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으나, 증가폭은 예상보다 늦어서
충분한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재정난이 진행되는 가운데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불발되었으며 최후로는 준비금이 고갈되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유럽지역 내에서 개방형 접근법(Open Access)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민간기업이 철도운행에 참여하여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각 나라에는 이미 기존 철도회사가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많은 각오와 승산있는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저가격이 판매 리스크로 작용
로코모아는 베를린~슈트트가르트를 하루 1왕복, 6시간45분 걸려 운행했으나, 이 구간에는 이미
독일철도의 고속열차 이체(ICE)가 2시간 간격, 5시간45분 걸려 운행하고 있다.
하루에 1왕복밖에 없는데다가 소요시간도 1시간이 더 걸리는데 승객에 선택받으려면 다른 부가가치가 없다면
이길 수 없다. 이에 최종결론은 ‘운임’이다.
가격표를 보면 로코모아는 베를린~슈트트가르트 운임은 구입 시기에 따라 22~65유로이며
최저가는 67.9유로로, 통상운임이 145유로인 독일철도와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난다.
이러한 박리다매 초저가격 운임은 승차율이 바쁘면 단번에 수익이 악화되는 ‘양날의 검’이다.
항상 100%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80~90% 정도 승차율을 유지하지 않으면 수익은커녕 적자에 빠지고 만다.
승차율은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경영을 유지하기는 부족했다는 점이다.
또한 철도 외 교통기관의 존재도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와 도시간 고속버스 등 철도 외 경쟁자도 많다.
같은 구간을 비교하면 버스는 유럽 각 나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FlixBus가 낮, 밤 합쳐 15왕복 운행하고 있으며
가격은 22.9유로부터, 소요시간은 경로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8~9시간 걸린다.
가격과 시간으로만 보면 로코모아가 나을걸로 생각하겠지만, 버스는 15왕복이라는 압도적인
운행빈도로 어느시간대에도 운행하는 게 장점이다.
또한 오랜시간 승차에 힘들지 않도록 차내에는 무료 무선랜과 전원을 갖추고 있다.
한편, LCC는 어떨까? 이 구간에는 유로윙스(Eurowings) 7왕복, 에어베를린(Air Berlin) 3왕복이 운항하고 있다.
유로윙스 최저가는 31유로, 에어베를린은 44유로지만, 소요시간은 불과 75분이다.
급한 승객은 틀림없이 항공기를 이용한다.
▶원래 운행구간에 문제가 있었다?
모든 면을 보면 로코모아는 모두 어중간한 상태라는 점이다. 하루에 딱 1왕복, 소요시간도 아주 빠르지 않고
가격은 저렴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쓰면 LCC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요시간이 5시간 가까이
차이나는 항공기를 이길 수 없다. 구간과 요금 등 전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로코모아 이용자가 베를린~슈트트가르트 사이만 이용한 건 아니다.
중간역인 하노버, 카셀,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에 정차하므로, 짧은구간 이용자도 많겠지만,
이러면 하루 1왕복으로는 이용이 어렵고, 일부러 선택한 이용자가 많았을 것이다.
높은 빈도로 운행하는 중요성은 다른 나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민간철도회사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고속열차 ‘이탈로(ITALO)’를 운행하는 NTV사와 오스트리아 웨스트반 등을 보면
모두 시간 당 1편의 높은 빈도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소요시간과 소유차량 수 때문에 하루 1왕복밖에 하지 못한 경로선정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은 로코모아였지만, 야망은 ‘중도하차’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출처: 5월18일, 토요케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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