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전철 이야기] 인구 37만인 지방도시에 ‘지하철’이 있는 이유는? 토큐의 전철이 나가노를 달린다
2018년_JTrain_Inside/철도_트리비아 2018. 9. 19. 06:07얼핏 보면 도쿄의 지하철이네?
나가노현(長野県) 도청소재지인 나가노시(長野市)에는 ‘지하철’이 있다. “나가노에 지하철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다”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본지하철협회(日本地下鉄協会)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지하철 목록을 봐도
나가노에 지하철이 있다고 써있진 않다.
그러나, JR나가노역에서 호쿠리쿠신칸센(北陸新幹線)에서 내려 젠코지출구(善光寺口)로 나가면
지하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여기서 지하로 더 가면 개찰구가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플랫폼과 선로가 있다. 이 모습은 분명 지하철 역이다. 이 ‘지하철’을 운영하는 건 나가노전철(長野電鉄)로
나가노시 중심부터에 관광지인 유다나카온센(湯田中温泉)까지를 잇는 사철이다. 나가노역부터 약 2km의
지하터널을 달리며 중간에 시야쿠쇼마에(市役所前), 곤도(権堂), 젠코지시타(善光寺下) 등 3개 역이 있다.
지하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은색 전철이 들어온다. 토큐전철(東急電鉄)에서 양도받은 중고 8500계 차량으로
지금도 토큐덴엔토시선(東急田園都市線)과 도쿄메트로 한조몬선(半蔵門線) 등을 달리는 차량이다.
순간 도쿄의 지하역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도쿄에서 관광으로 나가노전철 지하역을 간 사람 중에는
평소 통근으로 친숙한 차량이 나타나 놀란 사람도 있을것이다 ^^
지하철이라고 하면 ‘대도시의 공공교통’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한번에 많은 승객을 태우는 철도는
대도시 공공교통으로 필요한 존재이나, 건물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선로용지 확보가 어려워 지하를 통한
경로로 정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하철이 있는 많은 자치단체는 인구가 100만명을 넘는다.
▶’지하철’ 목적은 도로교통 개선
그에 비해 나가노시 인구는 약 37만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이나, 100만명의 1/3 정도다.
인구가 수십만명 정도의 지방도시에서는 노선버스가 시내 공공교통 주역인 경우가 많고, 나가노시보다
인구가 많은 도시에도 지하철이 없는 곳이 많다.
원래 ‘지하철’을 운영하는 나가노전철은 지방의 중소사철로 1km 당 수백억엔의 건설비가 드는
많은 지하철을 정비할만한 자본능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가노에 ‘지하철’이 있는걸까?
사실 나가노의 ‘지하철’은 처음부터 지하로 건설하지 않았다. 현재 지하구간을 포함한 나가노~혼고(本郷)는
1926년부터 1928년에 개업했으나, 처음은 지상에 복선 선로로 했다.
그러나, 패전 후 자동차 교통량이 늘어나자 시가지에서 나가노전철과 도로가 평면교차하는 부분이
병목이 되어 도로정체가 극심했다. 그래서 선로와 도로를 입체교차하여 건널목을 없애고 정체해소를 하기로
1970년에 결정했다. 이렇게 철도선로를 다시 만들고 도로와의 교차를 입체화, 도로교통 개선을 하는 걸
‘연속입체교차사업(連続立体交差事業, 연립사업)’이라고 한다.
연립사업은 ‘철도의 개량’이 아니라, 도로교통의 개선이 주 목적이다. 그래서 사업비 대부분은 자동차 중량세와
유류세 등을 재원으로 한 도로특정재원에서 조달했다(현재는 일반재원에서 출연함)
나가노의 ‘지하철’도 국가와 자치단체가 세금을 쓰고 공동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나가노전철의
경영규모에 관계없이 정비할 수 있었다.
▶고가(高架)와 지하 중 지하를 선택한 이유는?
연립사업 방법으로는 고가화와 지하화 두 종류가 있다. 당시는 지하화보다 건설비가 낮은 고가화로
연립사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나가노시는 지하화에 따른 빈 선로부지를 활용해서
도로를 정비할 생각으로 선로 지하화로 건널목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나가노전철은 1981년에 나가노역부터 약 2km 구간을 지하화했다.
9개 건널목을 없애고 도로정체 완화를 했다. 또한 지상 선로철거지는 편도3차건 ‘나가노큰길(長野大通り)’로
정비하여 1983년에 개통했다. 도로교통의 강화에도 도움이 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보기에는 확실히 지하철인데, 나가노전철의 지하구간이 ‘지하철’로 소개한 적은 거의 없다.
처음부터 지하철로 건설한 노선과는 달리 원래 지상을 달리던 선로가 부분 지하화했기 때문에
전체로는 ‘지하철’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또한 철도관련 법령에서는 ‘지하철’이라는 말을 정의하는 조문이 없다.
다만, ‘지하식 구조의 철도’와 ‘긴 터널’은 ‘필요한 환기량에 대응한 환기설비를 갖춰야 한다’ 등으로 정하고 있다.
지하를 달리는 철도는 ‘지하철’이라고 부르는 것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출처: 5월15일 Traffi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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